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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템빨

율마 위에서 크는 이오난사, 자구를 만들다

by 뿌꾸빵v 2023. 10. 31.

2019년. 3월에 구매한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이 녀석이 4년 만에 드디어 새끼를 만들었다. 사실 이녀석은 키우려고 따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수염 틸란드시아를 구매하면서 그 위에 붙어있던 녀석이다. 

수염 틸란드시아는 종종 조그맣한 노란 꽃을 피워줬는데 이오난사는 꽃도 피지 않고 계속 그 상태 그대로라 잘 자라고 있는 건지, 살아는 있는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커가는 과정이 눈에 잘 띄지 않으니 키우는 재미가 없었던 식물이다. 

 

그렇게 4년 흘러, 수염 틸란드시아는 물마름으로 보내버리고 혼자 남은 이오난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율마 화분에 올려놨었다. 습기를 좋아한다기에 저면관수로 키우고 있는 율마에 얹혀놓으면 잘 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올려놨었는데 글쎄 이 녀석이 처음으로 미니미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율마 위에 환경이 잘 맞았나. 갑자기 왜 이렇게 폭풍 성장을 하는 건지 하여튼 희한하다. 

 

 이오난사는 흙을 필요치 않는 식물이다. 에어플랜트 식물로 공기 중에 습도나 먼지를 먹고 자란다. 흙이 없어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공중에 매달아서 키우기도 하고 나무나 돌에 부착하여 키우기도 한다.

 

 나도 천장에 매달아 놓고 키웠었는데, 틈틈이 분무기로 물을 뿌려줘야 하고 간혹 가다 내려서 물에 담가줘야 하니 살짝 귀찮기도 했었다. 그래도 죽이지 않고 잘 키웠었는데 살짝 방심한 사이 수염틸란드시아가 가버렸다. 뭐든 키운다는 것은 귀찮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행동해야 하는 것인데 요 근래 그것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홀로 남은 이오난사가 율마 위에서 잘 커주고 있으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가신다. 이오난사도 공중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율마 위의 환경을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이오난사는 단풍이 들기도 한다. 디시디아나 수염틸란드시아는 물드는 게 없었는데 특이하게 이오난사만 잎 끝부분에 빨갛게 물이 든다. 이런 거 보면 꼭 다육이와 비슷하다. 

 

 물 주기는 일주일에 한 번 물에 담갔다가 빼주라는데 나는 그냥 율마 흙 위에 올려놓고 율마 물 줄 때 이오난사 위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율마는 저면관수로 밑에 물받침을 두어 물에 잠겨있을 때가 있는데 이런 환경에서도 이오난사는 물러지지도 않고 잘 자라고 있다. 이오난사가 습기에 약하고 건조에 강한 식물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 물에 담가서 키웠다면 바쁜 일상에서 까먹고 물때를 잘 못 맞춰 줬을 것이다.

 

 

이오난사는 꽃도 핀다는데 4년 동안 이오난사를 키우면서 꽃을 피운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만큼 내가 잘 못키웠단 거겠지. 

이오난사는 평생 한 번 꽃을 피운다는 말이 있다. 4년동안 키우면서 잎이 물든 적은 있어도 꽃을 본 적은 없다. 꽃을 피우고 자구를 만든다는데  이 녀석은 꽃은 한 번도 피지 않고 자구만 두 개를 만들어 냈네.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이 벌써 꽃을 피웠었나.

자구를 만들면 자구가 모체의 영양분을 빨아들여 모체는 점점 작아지고 자구는 모체보다 더 커진다고 한다. 무슨 뻐꾸기 새끼 같구먼. 자구를 얼른 모체에게서 떼어내주고 싶지만 너무 작을 때 떼어내면 안 좋다고 하니 조금 더 커지고 난 뒤에, 모체를 잡아먹기 전에 그때 분리를 해줘야겠다. 그때까지 모체, 자구 모두 튼튼하게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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